같은 민족에게 총구를 겨눠야 했던 아픔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끊임없이 견뎌야 했던 한반도는 결국,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이 되면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적 갈등으로 분단이 되었다. 몇 년 전까지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함께 피를 흘리던 민족은 둘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다. 결국 1950년 6월 25일 북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한반도는 불바다가 되었고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이념과는 상관없던 형제가 전쟁에 참여하며 겪는 아픔을 다루었다.
전쟁은 예고없이 찾아와 형제와 가족을 무너뜨렸다
종로에서 공부만 하며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수재 진석과 그를 뒷바라지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진태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유독 우애가 깊던 형제는 서로에게 의지를 하며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냈지만 6월 25일 새벽, 북의 남침으로 그 행복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됐다. 국군은 즉시 전투를 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징집명령을 내리고 곧바로 진태네 가족도 피난을 가게 된다. 하지만 피난길중에 징집대상에 포함된 진석은 강제로 끌려갈 위기에 처하고 이를 구하려던 진태 또한 강제적으로 전쟁터에 끌려가게 된다. 당시 치열했던 전선인 낙동강 방어선으로 끌려간 형제. 진석은 평소 심장병을 앓고 있어 몸이 약했다. 진태는 그런 진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대장은 그런 진태에게 무공훈장을 받으면 진석을 제대시켜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이때부터 진태의 목적은 오로지 무공훈장이었다. 부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무리해 가며 무공훈장을 얻으려는 진태. 오직 무공훈장만을 위해 미쳐가는 형을 보며 진석의 마음은 편치 않았고 급기야 진태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둘은 그렇게 전쟁터에 적응해 갔다. 그렇게 전투를 하며 북진을 계속 거듭하여 전쟁이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진태 또한 무공훈장을 받게 되어 진석의 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그러나 중공군의 합세로 전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계속되는 후퇴에 부대원들은 지쳐가고 진태는 무공훈장을 받았지만, 지휘관이 바뀌는 바람에 진석의 제대는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 진태의 무리한 작전 때문에 여러 명의 아군이 희생당했고 진석은 그런 진태를 미워하게 된다. 둘의 갈등이 심화되고 동시에 부대가 습격을 당해 진태와 진석은 포로로 잡히게 된다. 진석은 가까스로 탈출하여 국군에 합류해 치료를 받지만 진석은 북으로 넘어가 북한군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형이 북한 인민군에서 활약한다는 소식을 듣고 형을 만나기 위해 다시 전선으로 합류하는 진석은 치열한 전투 속에서 형을 알아보게 된다. 정신없는 와중에 진석을 알아본 진태는 진석을 먼저 보내고 쏟아지는 중공군을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붓는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후 진석은 유해발굴 현장에서 당시 전쟁터였던 흙밭에서 진태의 유골을 발견하고 오열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전쟁의 무서움과 잔혹함을 여과없이 보여준 유일한 한국영화
한국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의 잔혹함을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명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버금간다. 15세 관람가에도 불구하고 폭발에 의해 팔다리가 잘려나가거나 선혈이 낭자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영화에서는 병사가 부상을 당해 상처를 봉합한 부위에서 구더기가 들끓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그런 고통을 참지 못해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총을 쏴 자살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를 남기고 역사를 돌아보는 우리는 오직 '숫자'로만 희생자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각자 사연 있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그들의 아픔은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다. 또한 영화는 이념적 갈등 안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국민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극 중 진태의 아내 영신은 전쟁 전 어딘가에 서명을 하면 쌀을 공짜로 준다는 말에 혹해 서명을 하고 쌀을 받아온다. 하지만 영신이 서명한 단체는 보도연맹이라는 좌익단체였다. 후에 좌익단체들을 처단하는 청년단체에 의해 영신이 희생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사건이 바로 '보도연맹 학살'사건이다. 이념이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던, 그저 먹고사는 것도 힘들어하던 우리 국민들은 이데올로기라는 이름 아래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 강제 징집하는 장면이나 '보도연맹 사건' 등 우리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덕에, '태극기 휘날리며'는 대규모 전쟁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울렸던 천만영화
우리 국민들의 아픔을 잘 표현한 덕분에 영화는 국내외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많이 받았다. 또한 실미도에 이어 한국영화 역사상 두번째로 천만 관객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 전쟁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으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교하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판권문제로 티브이에서는 보기 힘들고 DVD나 일부 OTT로만 시청할 수 있어 아쉽지만,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꼭 한 번 찾아 감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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