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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빨간 약 줄까, 파란 약 줄까 - 영화 매트릭스 리뷰

by 구공공이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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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는 빨간약(진실)을 선택한다.

1999년, 밀레니엄 세대가 오기 전 가상세계를 무대로 하는 SF 영화가 개봉했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화려한 CG와 특수효과, 가상세계라는 독특한 소재까지 어우러져 이후 2, 3에 이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후속작이 개봉했지만 개인적으로 매트릭스 1이 가장 센세이션 하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전성기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매트릭스 안으로 같이 여행해 보자.

인류를 구원할 단 한 명의 남자, The One

 현실에서 조금은 먼 미래, 주인공 네오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밤에는 해커로 활동한다. 네오는 어느 날 모피어스라는 사람으로부터 '당신이 사는 세상은 가상현실이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네오는 진짜 세상은 AI가 지배한 세상이며 인간은 모종의 이유로 AI의 연료로 사용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듣는다. 하지만 매트릭스 바깥 어딘가에는 AI에 복종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예언에 따르면 모피어스는 세상을 구할 The one을 찾아낼 것이고 '그'(The One)는 AI를 물리치고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한다. 혼란스러운 네오는 모피어스가 시키는 대로 훈련한다. 네오는 자신이 진짜 '그'인지 확인하기 위해 매트릭스를 나와 진짜 세상으로 향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현실감 있는 그래픽

1999년 필자는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아이였다. 나는 개봉 직후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후에 중학생 무렵 영화를 보게 됐는데 이때도 정확히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리얼했던 그래픽만은 선명하게 남는다. 영화는 가상현실(매트릭스)과 현실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극 중 모피어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네오에게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가짜라는 것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네오가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현실세계의 참모습을 그린 장면이나 AI와 싸우는 모습, 가상현실에서 훈련하는 모습 등 영화 전반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가지 않은 순간이 없는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기술력을 보인다.(당시에는 정말 혁신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많은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은 네오가 상체를 뒤로 젖혀 순간적으로 총알 세례를 피하는 장면일 것이다. 수십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여 장면을 이어 붙인 플로모션이라는 독특한 기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고 후에 수많은 패러디로 사랑받았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괴로움일까

영화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전 기회를 준다. 그는 한 손에는 빨간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파란 약을 들어 네오에게 말한다. '빨간약을 먹으면 네가 모르는 세상을 알려줄 것이고 파란 약을 먹으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부터 멀어진 채 살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네오는 진실을 선택한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네오는 심한 괴로움을 겪는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삶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며 진짜 세상을 보고 충격받으며 구토를 하고 기절을 한다. 그만큼 현실은 지독하며 받아들이기 힘들다. 영화를 보고 현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자라나면서 받는 교육이나 미디어로 접하는 사실들과는 다른 진실을 간혹 마주하고는 한다. 그 진실은 때로는 우리가 알던 것 혹은 배웠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고 때로는 진실을 말하는 자들을 비난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인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네오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매트릭스에 갇혀사는 사람들이다.(그들은 언제든 AI로 변신할 수 있다.) 그들은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고 동시에 진실을 거부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며 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만 같다.

믿음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

극 중 네오는 자신이 The One이라는 것을 믿지 못한다. 모피어스의 말대로 자신이 '그'라면 매트릭스 세상을 초월한 강력한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훈련프로그램에서 그는 번번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예언자 오라클을 만나고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네오는 자신이 '그'가 아니라고 거의 확신한다. 하지만 모피어스가 AI에 납치되고 그를 구하러 가는 과정에서 네오는 어떤 강한 힘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자신이 '그'라는 사실을 믿게 되며 그동안 고전했던 싸움을 손쉽게 처리하고 모피어스를 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네오가 마침내 힘을 갖게 되는 조건은 그가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강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세상을 구원할 사람이라는 믿음을 믿는 것이었다. 나는 종종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비록 가진 것이 없더라도 어떤 것이든 시작할 수 있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꾸준히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도전해 끝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줬다. 성공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아닐까.

화려한 볼거리와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주는 명작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트릭스는 당시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으로 최고로 화려한 볼거리들을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면 단순 오락영화나 액션, SF영화로 치부될 수 있었지만,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주는 철학적 메시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후에도 많은 후속작들이 나왔지만 아직도 내 가슴속에 최고의 작품은 오리지널 매트릭스 1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밤 진실을 향한 빨간약을 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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