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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끝없는 절망으로 탄생한 빌런. 영화 '조커' 리뷰

by 구공공이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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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분장을 한 '아서'

마블에 어벤저스가 있다면 DC 코믹스에는 배트맨 시리즈가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대표적인 악당 '조커'는 기괴한 분장과 특유의 웃음으로 주인공인 배트맨 못지않게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 영화 '조커'는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영화로 DC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말의 희망도 없는 침울한 삶을 살아가는 아서 플렉

병약한 홀어머니 페니플렉을 혼자 돌보고 광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아서 플렉. 그 역시 동네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는 약한 몸을 이끌고 어두운 도시 고담도시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고된 일을 마치고 계단을 오르고 올라 집에 도착한 아서는 최고의 TV쇼 '머레이쇼'를 보는 게 하루의 낙이다. 아서는 코미디언으로서 언젠가 머레이쇼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의 부랑자나 다름없이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광대. 어느 날 아서의 동료 랜들은 아서가 동네 불량배들에게 폭행당한 것을 알게 되고 위로해 주며 '언젠가 정말 죽겠다 싶을 때' 사용하라며 총을 건넨다. 망설이는 아서에게 괜찮다며 굳이 손에 쥐어주는 랜들. 아서는 총을 받는다.  이윽고 아서는 병원에서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광대 분장을 하고 공연을 하던 도중 주머니에 있던 총을 실수로 땅에 떨어뜨리고 만다. 전부터 아서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사장은 아서를 해고하기로 결심하고 애원하는 아서에게 매정한 말을 쏟아낸 뒤 아서에게 해고 통지를 한다. 절망에 빠진 아서는 분장을 지우지도 못한 채 지하철에 오른다. 사람도 거의 없는 열차칸에 술 취한 일당 세 명이 한 여자를 희롱하기 시작한다. 이를 바라보는 아서는 동요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크게 터뜨린다. (평소 아서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 자신들을 비웃는 거라 생각하는 건달 일당은 아서에게 다가오고 오해라는 아서의 말을 무시한 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말려줄 사람 하나 없는 지하철. 아서는 폭행을 당하다 못해 결국 품에 있던 총을 꺼내어 남자들을 쏘기 시작한다. 현장에서 두 명은 즉사하고 아서는 도망치던 한 명을 끝까지 쫓아가 그의 머리에 총으로 구멍을 내버린다. 도망치듯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아서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 춤을 춘다.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아서 플렉 '조커'

극이 진행될 수록 아서의 절망은 계속된다. 스탠딩 코미디를 하던 아서는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여자친구라고 믿던 소피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또한 아서는 어머니와 고담시티의 재력가 토마스 웨인과의 과거를 듣고 자신이 토마스 웨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웨인을 찾아가지만 그 이야기는 페니 플렉의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는 말을 듣고 치욕적인 말을 들으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얘기를 듣는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아서는 아캄의 정신병원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아서는 어머니의 진료기록을 보게 되고 어머니는 오랫동안 정신병을 앓고 있었으며 아들을 학대하고 방치했으며 그 아이마저 친아들이 아닌 양아들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아서는 계속해서 추락한다. 분노한 아서는 결국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마저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 한편 아서의 코미디 쇼를 본 '머레이 쇼'의 제작진들은 아서를 섭외하고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는 아서는 잠시 기뻐한다. 하지만 그 마저도 아서의 코미디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저 특이하고 뭔가 이상한 아서의 코미디를 비웃으려는 의도를 알아챈 아서는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된다. 아서는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사회적 약자가 강력 범죄자로 변해가는 과정

영화 초반에 아서는 그저 힘든 상황에서도 아픈 어머니를 보살피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내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계속되는 괴롭힘,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도 듣지 않음에 아서는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를 참지 못해 결국 사람을 죽이고 영화 마지막에는 아예 괴물이 되어간다.  감독은 높은 계단을 통해 아서의 심경 변화를 잘 표현했다. 집에 돌아가는 계단을 오를 때는 희망이 없는 사람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지만, 아서가 죄의식을 버리고  '조커'로서 계단을 내려올 때는 누구보다 가벼운 발걸음을 하며 내려온다. 강력한 배경음과 함께 춤을 추는 아서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처량하게 보이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도 했다. 이후 '머레이 쇼'에 참석한 아서는 끝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머레이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을 따르는 군중들 속으로 사라지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다크나이트 '조커'를 잊게 만드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그동안 '조커'는 다양한 배우들에 의해 재탄생 되었다. 배트맨 시리즈의 역사가 깊은 만큼 여러 모습의 조커들이 탄생했는데 그중 최고는 역시 다크나이트에서 보여준 히스 레저의 '조커'가 아닌가 싶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내뿜는 특유의 광기와 분노를 잘 표현 다는 평을 받기도 했고 실제로 히스레저가 세상을 떠난 후 더욱 회자가 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호아킨 피닉스 역시 조커의 캐릭터에 맞게 잘 변신해 대중들로부터 히스레저의 조커 못지않은 연기를 펼쳤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절망에 빠져 허우적 대던 모습부터 절망과 분노로 각성하여 진정한 '조커'로의 변신까지 캐릭터의 입체감을 아주 잘 표현했다. 극 중 '아서 플렉'은 기침과 웃음을 참지 못하는 병이 있는데 초반부에는 억지로 웃음을 애써 참아가며 괴로워하지만 후반부에는 참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비웃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그 특유의 광기가 무서울 정도로 화면에 잘 표현됐다. 호아킨 피닉스 역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커' 역할로 남우주연상을 꿰찼다!

소외된 이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 계기

배트맨 시리즈에서의 조커는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사회를 혼돈에 빠지게 만드는 악당으로 표현되지만 이번 영화 '조커'에서는 그런 주인공의 행동들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소외받고 무시당하며 때로는 폭행까지 감수해야 했던 주인공. 또한 자신의 부모에게마저 속임을 당하며 삶의 모든 것을 부정당한다면 어쩌면 괴물이 태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실제로 미국에서는 영화가 개봉하고 '조커'와 유사한 테러가 일어날까 봐 우려해 조커와 같은 마스크를 쓰거나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이라는 사회에 고담시티의 아서 플렉에 공감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도 '아서 플렉'이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무시하고, 외면하기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도움의 손길도 내밀어야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감명 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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