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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되풀이되는 부조리의 악몽 - 영화 용서받지 못한자(스포주의)

by 구공공이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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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비스티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으로 이름을 알린 윤종빈 감독과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남자 배우 하정우의 신인시절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리뷰해보려 한다. 이 둘은 중앙대학교 동문이며 영화학을 전공하였던 윤종빈의 졸업작품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가 탄생했다. 본 작품으로 하정우 배우는 모 영화제에서 신인 배우상을 수상하였고, 작품 역시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및 제59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대학교 졸업작품 치고 굉장히 성공하였다. 

군 후임으로 중학교 동창이 입대하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에 입대를 한다. 이제 막 학생 티를 벗은 아직은 어리다면 어린 미성숙한 성인들이 모여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의 질서에 맞게 2년 남짓 생활해야하는, 짧으면서도 긴 기간 동안 남자들은 자신들의 가장 빛나는 젊음을 나라를 위해 희생한다. 병장 태정(하정우)는 분대장으로서 모범적인 군생활을 해왔다. 필요할 때면 후임에게 따끔한 기합을 주면서도 때로는 힘들어하는 후임에게 격려도 아끼지 않아 누구보다 군생활을 잘해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태정의 부대에 태정의 중학교 동창 승영(서장원)이 전입을 오며 태정의 군생활도 슬슬 꼬여간다. 승영을 한눈에 알아본 태정은 자신과 둘이 있을 때는 친구처럼 편하게 있으라 하며 승영을 안심시킨다. 승영 또한 그런 태정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군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둘의 바람과는 달리 군생활은 역시나 녹록지 않았다. 내무반의 최고참 조수동 병장은 시시때때로 후임들을 괴롭혔고 승영도 그의 타깃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승영은 조수동 병장의 괴롭힘과 군의 부조리함을 참지 못했고 이를 감싸주려던 태정 또한 중간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부대원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태정은 자신이 제대를 하면 더 이상 승영을 지켜주지 못하기에 불합리함을 느끼더라도 그냥 참고 넘기라고 승영을 타이른다. 승영은 자신에게 후임이 생긴다면 정말 잘해줄 거라고, 부조리를 다 없앨 거라고 태정에게 이야기한다. 얼마 후 일병이 된 승영에게도 후임이 생긴다. 조금은 어리바리해 보이는 후임 허지훈(윤종빈)이다. 선진병영문화를 꿈꾸는 승영은 후임 지훈에게 편하게 일하라며 취침시간에 몰래 라면까지 주며 지훈을 격려한다.

'어차피 내가 고참이 되면 모든 걸 바꿀 거야 '

그렇게 승영을 보호해주던 태정은 전역을 하게 되고 군이라는 조직에서 생존해야 했던 승영은 여타 선임들이 그래왔듯 부조리에 점점 익숙해지며 때론 선임들에게 아부도 서슴지 않는 군인이 되어있었다. 어느 날 선임 중 한 명은 승영에게 지훈 이야기를 한다. 지훈이 평소에 몰래 전화를 많이 한다며 승영에게 이제 상병이 되었으니 후임들 군기를 잡으라 한다. 지훈은 이등병이기에 혼자 전화를 하러 갈 수 없고 선임이 같이 가줘야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훈은 혼자 돌아다니며 전화를 한 것이었다. 놀란 승영은 CP실로 가 지훈을 꾸짖는다. 전화 이외에도 승영은 어리바리한 지훈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다. 승영은 선임들과 가까워질수록 지훈과는 멀어진다. 승영은 슬슬 군생활에 적응한 듯 보인다. 승영의 선임은 네가 그렇게 지훈을 잘 대해주니 지훈이 너를 만만하게 본다는 이야기를 하고 지훈의 군기를 단단히 잡으라 조언한다. 한편 또다시 혼자 전화를 하는 지훈. 지훈은 마음이 이미 떠난 여자친구에게 지금까지 계속 전화를 했던 것. 지훈은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던 것이다. 상심한 지훈에게 나타난 승영과 선임. 망연자실한 채 담배를 손에 들고 경례를 하는 지훈을 보고 승영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지훈을 폭행한다. 절망한 지훈은 결국 화장실에서 목을 메 생을 마감한다. 한참 후 승영은 휴가를 나와 태정을 만나러 간다. 태정과 승영은 옛날이야기도 하며 재밌는 시간도 보내지만 결국 승영 또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여관방의 차가운 욕조 안에서 자살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 점점 물들어가는 청년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승영이다. 승영은 이등병으로 시작해 상병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처음에는 군대 안의 부조리함과 폭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맞서려 하지만 그런 본인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여러번 겪다가 승영 또한 결국 다른 선임들의 모습을 하고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필자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던 옛 군생활이 떠올랐다. 처음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고 선임들의 기합이나 욕설 섞인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절대 부조리를 세습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후에 후임이 들어오고 나는 그저 좋은 선임이 되고 싶어 후임이 잘못한 것이 있어도 무조건적으로 감싸주었다. 하지만 내가 선임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러한 태도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란 것도 느꼈다. 후임들은 내가 잘해준 만큼 나를 편하게 생각했으며 때로는 질서를 어겨 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곤 했다. 그런 후임들을 보며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군대라는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그만큼의 엄격한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냥 후임들에게 잘해주고 좋은 말만 해주는 것이 올바른 선임의 자세는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물론 극 중 승영이나 태정처럼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조직원 모두가 고통받기에 누군가는 악역을 자처해야 한다.

군대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 영화

많은 남자들이 이 영화에 열광했던 점은 배우들이 보여준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군생활이라는 폐쇄된 이야기를 꾸밈 없이 보여준 연출과 이야기일 것이다. 할 일이 없어 후임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병장의 모습, 상병을 화장실로 데려가 폭력을 행사하며 군기를 잡으라고 종용하는 장면, 취침시간에 몰래 화장실에서 라면 먹는 장면, 소대원들을 집합시켜 군기 잡는 분대장의 모습 등 어느 장면 하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워 마치 내가 다시 군대에 입대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고 러닝타임 내내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선진병영이라 하며 대한민국 군대의 부조리가 많이 없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2년 남짓하는 시간 동안 얼굴도 모르고 살던 사람들과 단체생활하며 복무하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훈련하고 근무를 서고 내무생활을 하는 군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며 부디 다치지 않고 제대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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