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렬한 스릴러 영화 '추격자'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나홍진 감독의 새로운 도전. 연기파 배우 곽도원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컬트 장르 영화 '곡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낯선 이의 등장으로 쑥대밭이 된 곡성의 작은 마을
전라남도 곡성의 작은 마을. 마을에는 일본인인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나고 경찰로 근무를 하던 주인공 종구(곽도원)는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온몸에 수포를 일으키며 정신이 나간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사건. 비슷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귀신이 씌었다던지 버섯을 잘못 먹어 병에 걸렸다는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지 한창 조사를 하던 중 종구는 반쯤 정신이 나간 여자(천우희)를 마주하게 되고 여자는 새로 마을에 온 일본인이 꾸민 짓이라 하며 그 남자를 절대 피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에 종구 역시 괴물로 변한 일본인에게 쫓기는 꿈을 꾸기도 하며 점점 의심을 품게 된다. 때마침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 이 아프기 시작하고 종구는 친구 성복과 일본어를 통역할 수 있는 신부 양이삼과 외지인의 집으로 간다. 낮선이 의 집에는 커다란 개가 있었고 주인은 없었다. 안을 샅샅이 수색하던 중 외지인이 도착하였고 셋은 물러나게 되는데 돌아오는 길에 성복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성복은 그 집 안방에서 그동안 죽었던 사람들의 사진과 물건들, 그리고 효진의 실내화 한 짝을 발견하게 된다.
점점 아파하는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사투
아니나 다를까 딸 효진은 점점 아파하고 귀신들린 사람처럼 밥을 엄청나게 먹기도 하고 아버지인 종구에게 폭언까지 쏟아내기도 한다. 또한 그 전 사람들과 같이 피부에도 수포가 올라왔다. 초조해져 가는 종구와 가족들은 영험하다는 무당 일광(황정민)을 부르고 일광은 외지인인 일본인이 귀신이라며 제사를 지내 귀신을 죽여야 한다고 한다. 종구와 가족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제사를 지내고 집에 있던 외지인은 괴로워한다. 하지만 효진 역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힘들어하고 견디다 못한 종구는 굿을 중단시킨다. 종구는 친구들을 모아 외지인을 죽이려 찾아가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외지인은 도망치던 중 절벽으로 떨어지고 돌아가던 종구 일행은 그를 발견하고 죽었다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종구는 한결 나아진 효진을 보며 안심한다. 그날 밤 일광은 종구의 집을 방문하려 하는데 골목에서 무명의 여자(천우희)를 마주친다. 돌아가라는 무명의 말에 무지막지한 양의 코피를 쏟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곡성을 나선다. 하지만 고속도로로 빠져나가려는 중 엄청난 양의 나방 떼에 휩쓸려 멈추게 되고 무언가 깨달은 듯한 일광은 다급하게 종구에게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 전화. 한편 종구와 가족들은 때마친 집을 나간 딸 효진을 찾고 있었다. 마을을 뒤지던 중 종구는 무명과 마주친다. 딸은 벌써 집에 있다고 말하는 무명. 그 시각 효진은 집에 도착했는데 모습이 심상치 않다. 머리는 산발을 하고 온몸이 지저분한 상태. 말없이 집으로 들어가 집안의 온 음식을 손으로 먹어치운다. 무명은 귀신이 집에 함정을 파놓았다 한다. 암탉이 세 번 울기 전에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 모두가 효진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순간 일광에게 전화가 오고 일광은 종구에게 자신이 큰 착각을 했다며 귀신은 일본인이 아니라 바로 무명이라 말한다! 암탉이 울기 시작하고 종구는 갈등한다. 두 번째 울음소리에 종구는 붙잡는 여자를 뿌리치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절규하는 여자. 고요한 집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난장판이고 아내와 어머니는 끔찍하게 살해당해있다. 무너지는 종구 앞으로 나타난 효진은 한 손에 칼을 들고 있다. 종구는 울부짖으며 컷씬은 끝난다. 한편, 일광은 돌아와 짐을 정리하는데 일광의 짐에는 효진과 종구가 찍힌 사진이 들어있다. 효진과 종구가 놀이공원에서 해맑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계속되는 긴장감에 몰입하게 만드는 나홍진표 오컬트 무비
나홍진 감독은 이미 2008년도 추격자라는 영화로 대중에게 얼굴도장을 찍은 바가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추격자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현실적인 대사, 관객을 끊임없이 조여 오는 연출로 극찬을 받았는데 이번 영화 곡성 역시 다크 한 분위기와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각종 장치와 연출을 보여줬다. 특히나 '절대 현혹되지 마라'라는 포스터 문구와 같이 관객 입장에서 누가 진짜 귀신인지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은 압권이었다. 필자 역시 마지막에 무명이 진짜 귀신인지 아니면 일본인이 진짜 귀신인지 헷갈렸고 끝에 허망한 표정의 주인공 종구를 보며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곡성은 대중성 있는 오락영화라기보다 예술영화에 가까웠고 감독은 영화에 은유적인 장치들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관객들 개개인이 해석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관객들에게 생소한 오컬트라는 장르 역시 한 몫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영화를 아주 재밌게 보았다. 오히려 은유적이고 모호한 표현이나 장치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고 몇 번이고 다시 영화를 봐도 새로운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질병이 어디에서 왔는지, 외지인이 어디서 왜 왔고 하필 종구의 딸 효진을 왜 지목했는지, 일광은 왜 외지인과 같은 편인지에 대해 감독은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 부분을 오롯이 관객이 저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도록 선물처럼 남겨놓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당연히 불호를 외칠 수밖에. 하지만 개연성이나 영화적 설명이 부족하더라도 긴장감 있는 연출과 더불어 배우들의 명연기는 영화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나 효진 역할을 맡았던 아역배우 김환희의 명대사 '뭣이 중헌데'는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충격적인 장면을 남겼다. 또한 주인공 곽도원 역시 원맨쇼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러닝타임 내내 명연기를 선보여줬다.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나홍진 감독의 명작
지난 몇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영화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 이후 태국 공포 영화 '랑종'에 참여했지만 감독으로서의 작품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이렇다 할 한국 명작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홍진 감독이 보여줬던 작품들처럼 긴장감 넘치고 관객이 다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명작들을 많이 배출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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